Douwe Draaisma -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기억 시간 그리고 나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기억의 불확실함, 망각에 대한 불안,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이른바 망각의 역현상 효과처럼 노년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젊은 시절의 추억도 다룬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시간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듯이 기억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의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
나이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고 늙어가는 뇌의 진실을 말하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억력은 급격하게 퇴화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억력 연구의 전문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의 몇몇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기능들은 그때서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력 훈련에서부터 비타민 복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 근거가 되는 전제조건들은 올바른 것일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기억의 불확실함, 망각에 대한 불안,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이른바 망각의 역현상 효과처럼 노년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젊은 시절의 추억도 다룬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시간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듯이 기억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오래된 기억?
2005년 당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을 간직한 이는 헨드리켜 부인이었다. 1890년생으로 사망 당시 115세였던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세 살 때로 할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화롯가에서 석탄불을 넣은 보온용 양철통 위에 앉아 할머니가 건네준 실패에 실을 감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억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헨드리켜는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된 것처럼 양철통 위에 앉아 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일까? 그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는 바람에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실을 감게 했다고 들은 이야기가 기억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녀가 어린 시절의 일을 자신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의 형상으로서 수시로 기억 속에 저장했다면 맨 처음의 기억이 마지막으로 그것에 대해 생각한 때보다 더 오래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후자는 대부분의 기억심리학자들의 견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다음에 똑같은 것을 기억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근의 흔적이 활성화한 것이다. 가장 오래된 기억도 뇌조직 속에서 시간과 함께 여행하면서 수시로 새로운 복사가 이루어진다. 가장 오래된 것이 단기간에 가장 새로운 것이 되며, 최초의 것이 마지막의 것이 된다.

노인들의 기억력은 정말 나빠질까, 아니면 다를 뿐일까
귄터 그라스가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를 쓸 때 70대 후반이었다. 이 책이 출판되기 며칠 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가 나치 시대에 무장 친위대의 일원이었다는 때늦은 ‘고백’과 함께 60년 전이나 또는 그 이전의 사건과 경험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한 기자가 회의적인 태도로 질문했다. “연세가 여든 가까이 되면 이 모든 게 희미해지지 않을까요?” 그라스의 대답은 이랬다. “모든 게 매우 또렷해요. 만약 내가 1996년에 어디를 여행했는지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면 이러저런 비망록을 뒤져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은 더 뚜렷하게 다가와요. 자서전을 쓸 만한 올바른 시점은 나이와도 연관이 있지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망각의 역현상 효과’라 일컫는데, 이런 오래된 기억의 귀환은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은 망각의 제1명제, 즉 오래된 일일수록 그것을 기억할 확률은 더 낮아진다는 것과 배치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이하게도 망각의 역현상은 기억력이 감퇴하는 나이에 뚜렷이 나타난다. 그것은 인식과 측정이 가능한 기억의 과정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새로운 어떤 것이다.


Terug naar Books